박새한은 2014년에 한국을 떠나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살며 일하고 있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다.  
www.saehanparc.eu︎
왜 한국을 떠났나요? 한국을 떠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박새한: 제가 고등학교 때 프랑스 만화를 처음 접했습니다. 그 해는 <새만화책>이라는 실험만화 잡지가 창간되고, 프랑스 벨기에 만화를 중심으로 한 일명 ‘유럽 만화'가 번역 출간되기 시작한 때 였어요. 작가마다 개성이 넘치면서도 진실을 추구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들을 읽으면서 나는 언젠가 이 나라에 가서 작업을 하고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프랑스로 떠난 한국작가도 본적이 없었고, 유학생도 많지 않을 때라, 설마 제가 그곳에서 정말로 살 수 있을거라는 상상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유럽행은 꿈으로 남긴채로 그대로 한국에 남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떠나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저곳이 궁금해져서요. 결국 대학 졸업을 1년 반 앞두고 프랑스로 떠났습니다.


해외 학업 그리고 취업(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자립)에 성공하기까지 얼마 동안 어떤 준비를 했나요?
박새한: 저는 오랫동안 학생이었습니다. 프랑스어학원에서 2년 반, 편입해 들어간 학교에서 4년을 지냈습니다. 작년에 만 28세의 나이로 비로소 석사를 마치고 났을 때, 처음으로 학생이 아니게 되면서, 이제 작가가 될 준비가 끝났다는 느낌이 잠깐 들었어요. 지금은 다시 학생 마인드로 돌아와 작업 내외로 여러가지를 처음처럼 접하며 배우고 있어요. 이제 겨우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1년차라 자립도 성공도 아직은 먼 얘기구요. 다른 프랑스 작가들 얘기가 삼사년은 지나야 한다고 해서 묵묵히 작업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사는 곳의 국가, 도시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새한: 유학을 가기로 마음먹고나서 만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배울 수 있는 곳들을 조사했을 때 추린 후보들 중에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이 독일과 프랑스 였습니다. 어릴때 봤던 작품들을 떠올리며 둘 중에 프랑스에 가기로 마음먹었구요. 프랑스 에서는 스트라스부르를 선택했는데, 작년에 졸업한 학교를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면 다른 도시로 떠나거나 한국으로 돌아갈줄 알았는데, 살기가 좋아서 졸업 후에도 쭉 이곳에서 살고있습니다.


지금 사는 도시의 생활비, 집세 등의 경비와 거주환경은 어떠한가요?
박새한: 지금 사는 도시는 프랑스 지방 치고는 비싼 편이라고 하는데, 서울이랑 비슷한 생활비로 시내에 있는 적당히 큰 집에서 맛있는 것 만들어 먹으면서 큰 불편함 없이 살 정도는 됩니다. 편안하고 치안 좋은 소도시라 거주환경은 쾌적합니다.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한국과 프랑스의 근무환경 차이가 있나요? 있다면 무엇인가요?
박새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서로 크고 작은 도움을 나누고 데모도 조직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 존재한다는 점, 심지어 여러군데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큽니다. 혼자서 해결하기 힘든 불공정 계약이나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이야기를 털어놓고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다같이 대안을 고민하는 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불합리한 계약을 여러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동시에 제안한 대형출판사가 있었습니다. 곧 소식을 접하고 분노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다함께 공동 서한을 써서 보냈고, 결국 사과를 받아냈어요. 이렇게 불안정한 프리랜서 활동에 실질적인 안전망이 되고있습니다.
    프랑스에서 페스티벌, 출판사, 조합원모임 등 여러 곳을 가보면서 느낀 점은 이 곳에서 활동하는 여성이 아주 많다는 거에요. 에디터, 일러스트레이터, 아트 디렉터 등등 곳곳에 아주 많이 보입니다.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협동조합도 따로 있구요. 단 제가 한국의 일러스트 씬을 많이 알지 못해서 둘을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한국에도 출판업계에 여성이 아주 많다고 들었거든요.


일상생활 속 혹은 일터에서 겪는 성차별, 인종차별이 있나요? 어떻게 대처하는 편인가요?
박새한: 역시 인종차별이 가장 스트레스입니다. 길에서 니하오 곤니찌와를 들으면 어떻게든 욕으로 답합니다. 한번은 대낮에 파리 한복판에서 남자들 한무리의 '중국여자가 맛있더라' 라는 혐오발언에 손가락욕으로 대응 했다가 멱살을 잡힌적도 있어요. 무시하고 지나가게 되면 보통 겁 먹어서 그러는 줄 알기 때문에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편이지만, 보통은 그러기도 지긋지긋해 왠만하면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아직까지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제게 니하오 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일터에서의 성차별은 자택근무하는 프리랜서라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남녀 작가 사이에 계약금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일상에서는 성차별적 농담을 가끔 접하는데, 그럴 때면 할 수 있는 최대한 비꼬면서 받아칩니다. 어쩌다 대꾸할 타이밍을 놓치거나 말의 숨은 뜻을 나중에 깨닫거나 하면 분하고 짜증나서 잠을 설치곤 하거든요.


한국의 삶과 비교했을 때 여가, 주말, 휴가는 어떻게 다른가요? 쉬는 시간엔 주로 어떻게 보내나요?
박새한: 프랑스는 직장인이건 프리랜서건 휴가철에는 꼭 날잡고 여행을 떠납니다. 여가를 가지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경이라 저도 괜한 스트레스 없이 쉴 땐 푹 쉴수 있어서 좋아요. 저는 프리랜서이다보니 휴가철이 아닌 연중에 페스티벌이나 미팅을 위해 일하러 여행가서 며칠 더 머무는 식으로 조금씩 휴가 아닌 휴가를 갖는 편입니다. 평소엔 토요일이 쉬는 날입니다. 오전에 느즈막히 일어나서 일주일에 한번 열리는 유기농시장에서 장을 보고 오후 두세시까지 느긋하게 식사하면서 한 주의 긴장을 풀고 있습니다.


해외 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극복하나요?
박새한: 역시 일상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인종차별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그리고 아무리 잘해도 한국어만큼 익숙해지지 않는 프랑스어도 있구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평소에 받는 스트레스를 최대한 흘려 보내도록 하면서 시간이 지나 언젠가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어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특별한 팁이 있나요?
박새한: 처음에는 어학원 수업을 빼놓지 않고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어느정도 기초를 쌓은 뒤에는 시간이 지날 수록 뼈에 살이 붙게 되니까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더듬더듬 공부하다보면 잘하게 되어있습니다. 지금은 따로 프랑스어 공부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인가요? 맞는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새한: 요즘 한국에 좋은 작가님들도 많고 분위기도 좋아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이곳에서 작업을 더 해볼 생각입니다.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예정이라면,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러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박새한: 첫번째 이유는 작가로써 첫 책을 프랑스 출판사에서 내고 싶기 때문이고, 두번째 이유는 현재 준비중인 한국-프랑스 출판 에이전트로써 이 곳에서 할 일들 때문입니다.
    다른 분들은 공감 못 하실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만 느끼는 압박 때문입니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압박이요. 여자라서, 프리랜서라서, 결혼할 나이인데 미혼이라서, 가난해서...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한 때 일을 더 밀어 부치게하는 동기와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프랑스에서 사는 동안 제가 많이 바뀌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동시에 제가 정말 바뀌었다면, 어쩌면 한국에 돌아가도 아무렇지 않게 지금처럼 지낼 수도 있겠지만, 작업하는 리듬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프랑스에서 지내는게 최선 같습니다.


여성 롤모델이 있나요? 누구인가요?
박새한: 작가로서는 한국과 일본의 여러 순정만화 작가님들을 보고 배웁니다. 예나 지금이나 여성적인 작품에 대한 편견과 불공평한 평가 절하에 휩쓸리면서도 꾸준히 여성을 위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는 선생님들을 마음에서부터 존경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박새한: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계획은 비자를 갱신해서 내년에도 프랑스에 있는 것, 진행중인 프로젝트들을 끝까지 잘 마무리 짓는 것, 프랑스에서 첫 책을 내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탈조선(해외 취업)을 준비 중인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박새한: 프랑스로 떠나기까지 저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결정을 지체 하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나와보니 그렇게 고민한 시간이 아깝지 않을만큼 가치가 있었어요.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될 뿐만이 아니라, 내가 알던 것들을 잊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세상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고 더 많은 가능성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제 경우엔 그랬어요. 다시 돌아갈 때 가더라도, 한국을 떠나서 살아보면 그 경험이 인생에 큰 성장점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는 2017년 7월 이메일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Reflet, Saehan Park

“시간이 지날수록
떠나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저곳이
궁금해져서요.”


I’m in My 40s, Child-Free and Happy. Why Won’t Anyone Believe Me? ,
The New York Times, 2018, Saehan Park

“여자라서,
프리랜서라서,
결혼할 나이인데
미혼이라서,
가난해서...”



“프랑스로
떠나기까지
저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결정을 지체 하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나와보니 그렇게
고민한 시간이
아깝지 않을만큼
가치가 있었어요.”


Escape The Corset, 2018, Saehan Park

“다시 돌아갈 때
가더라도,
한국을 떠나서
살아보면
그 경험이 인생에
큰 성장점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La fille qui pique(Poking girl), 2017, Saeha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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